[월간노동법률][칼럼] ‘구직 앱’으로 의견을 수렴한다면 어떨까?

작성자
이동수
작성일
2022-01-11 13:01
조회
2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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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노동법률]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세상 물정 모르는 정치인들


12월 22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했던 '구직 앱' 발언을 기억하실 거다. 그는 전북대 학생들과 가졌던 타운홀 미팅에서 "학생들이 휴대폰으로 앱을 깔면 어느 기업이 지금 어떤 종류의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실시간 정보로 얻을 수 있을 때가 곧 올 것"이라며 그 시점은 "아마 여기 1·2학년 학생이 있다면 졸업하기 전"이라고 발언했다가 큰 논란을 빚었다. 인크루트, 잡코리아 같은 민간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의 취업 정보 앱인 '워크넷'이 출시된 지도 이미 10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 인사들은 즉각 "교차로로 채용 공고 보던 시대에 사시느냐"고 비판했다.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거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전에도 "120시간 노동" 발언이라든가 "집이 없어서 청약통장을 못 만들었다"고 발언하며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유의 실언이 반복되다 보니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 꿈'에는 "후보라는 사람이 계속 망언을 하는데 어떻게 보시나요?"라고 묻는 한 청년의 질문에 홍준표 의원이 "나도 모르겠어요 이제"라며 체념하는 듯한 답글을 달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실 세상 물정에 어두운 건 비단 윤 후보뿐만이 아니다. 정몽준 전 의원의 "버스요금 70원" 발언까지 갈 필요도 없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020년 총선 당시 지하철역 단말기에 교통카드도 제대로 못 찍어서 이미지를 구겼고, 황교안 전 총리도 모교 앞 분식집을 찾았으나 '어묵 먹는 법'을 몰라 논란이 됐다. 그 밖에도 세간의 인식과 동떨어진 정치인들의 행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다. 그 모습을 지켜본 국민은 괴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갈라파고스가 된 한국 정치

물론 정치인들이 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고 그들을 '나쁜 사람'이라고 매도하긴 어렵다. 재벌가에서 태어나서, 혹은 젊은 시절부터 사회지도층의 자리에만 있었던 까닭에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잘 모를 수는 있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인물들이 국가의 대사를 좌우하는 자리에 앉고자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그들의 의사결정 하나하나가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까닭에서다. 무지는 필연적으로 정책적 오류를 낳고, 거기에서 오는 손해는 당연히 국민이 진다. 정치인들이 얼마나 대표성을 띠고 있느냐가 중요한 건 그래서다. 마치 정확한 표본을 선정해야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것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을 제대로 대변하는 정치인을 선발해야 우리 일상과 괴리되지 않은 정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정치인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제대로 대표하고 있는가에 대해 "그렇다"고 답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건 단지 앞서 언급했던 대권 주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권 주자는 물론이고 기성 정치를 바꾸겠다고 나선 청년들까지, 평범한 사람들의 의견과 동떨어진 주장을 하고, 상식 밖의 정책을 내놓는 일들이 정치권에선 비일비재하다. 원인은 간단하다. 세상일에 눈 감고 귀 닫아도 정치 생명을 이어나가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정치 시스템에서는 권력자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인재 영입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르거나, 공천을 받는 게 가능하다. 오히려 정치인들로서는 여론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보다 권력자의 눈에 드는 게 더욱 가성비 높은 전략이다. 그렇게 정치는 민심과 괴리되고, 갈라파고스처럼 세상과 동떨어진 채 진화된다.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정책이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물론 정치권이라고 아무 노력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국회에서는 매일같이 토론회라든가 간담회가 열리고, 고용노동부 등 정부 부처들 또한 정책 추진 과정에서 관계자들을 불러 끊임없이 의견을 청취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대표성은 온전히 확보되기 어렵다. 그런 자리에 참석하는 패널들 또한 '주최 측이 섭외 가능한 선'에서 구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각 정당이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개최하는 청년 간담회는 보통 당 소속 청년위원회·대학생위원회 구성원들이나 그들의 지인으로 채워진다. 마찬가지로 정부 부처가 진행하는 청년 간담회 역시 평소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 단체 활동가들이 주로 참석해 목소리를 낸다. 보통의 청년들은 그런 데서 목소리를 내는 데 무관심하거나 설령 의지가 있어도 그런 자리가 있다는 걸 알기 어렵다. 게다가 해당 자리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주최 측은 어느 정도 검증된 사람을 부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한 군데서 부른 청년을 다른 데서도 또 부르는 이른바 '돌려막기'가 이루어진다. 이처럼 협소한 인력풀은 당연히 대표성의 결여로 이어진다.

구직 앱으로 의견을 수렴하면 어떨까?

내친김에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사람인, 알바천국 등 '구직 앱'을 통해서 민의를 수렴하는 것이다. 구직 앱 공고로 정책토론회나 간담회 패널을 모집하고, 신청자 중 일부를 간담회에 초청해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다. 물론, 소정의 패널비는 지급돼야 한다. 이런 자리가 거듭되면 '간담회 알바'는 '꿀 알바'로 소문이 날 테고, 그만큼 많은 사람이 지원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그렇게 모인 목소리들이 정치권 소수가 왈가왈부하는 것보다 민의에 가까울 것이란 건 자명한 사실이다. 혹자는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집단지성이 전문가들의 견해보다 탁월할 수 있음은 이미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증명됐다.

큰 선거를 앞두고 메타버스니 디지털 플랫폼이니 하는, 온갖 멋진 말을 끌어다 쓰는 정치권의 고질병은 여전한 것 같다. 그러나 최근 윤석열 후보가 했던 '구직 앱' 발언은 있는 자원부터 제대로 활용하는 게 먼저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만일 구직 앱을 통해 정책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많은 국민이 참여해줬으면 좋겠다. 구직 앱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정치인들에게 우리 인생을 맡겨둘 수만은 없는 일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