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20519] "젠더갈등 이용 표심 얻으려는 정치 멈춰야" [윤석열 시대]

작성자
이동수
작성일
2022-05-23 14:02
조회
470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2/0003697031?sid=102

새 정부에 바란다 ⑦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편 나눠 한쪽 배제… 갈등만 증폭
남녀 공감 형성 문제부터 해결을
여가부 문제 있다면 수술은 필요
폐지는 정책 대상자 무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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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배제해 표를 얻으려는 정치는 이제 그만둬야 합니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정치권이 젠더 갈등을 일종의 ‘스테로이드’처럼 이용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치권이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를 편 갈라 단기적인 이익을 얻는 데 몰두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편 가르기가 제 몸을 갉아먹는 악수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대표는 “정치권이 눈앞의 선거를 앞두고 2030 남성이 주로 모인 ‘에펨코리아’(펨코)나 2030 여성이 중심인 ‘개딸’(개혁의 딸) 등 팬덤에 취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당장의 표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팬덤과 무관한 사람들이 반발할 때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18일 서울 용산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난 이 대표는 국방부 청사로 자리를 옮긴 윤석열정부를 가리키며 “갇히지 말고 나가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념과 정당에서 벗어나 청년들의 일상을 바꿀 정책을 제안하자는 취지로 결성된 청년 싱크탱크를 7년째 이끌고 있다.

그는 편을 나눠 한쪽만 듣고 한쪽은 배제하는 정치가 젠더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봤다. 뒤집어 보면 두 집단이 함께 공감하는 문제부터 차근히 짚어나가면 갈등은 옅어질 수 있다. 이 대표는 “남녀 모두 사회적 구조와 인식 때문에 차별을 경험한다”며 “여성이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에서 피해를 보고 있듯, 남성 역시 병역이나 가족 부양에 대해서 차별받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누가 더 차별받냐로 싸우기보다는 남녀가 함께 경험하고 인정하는 차별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산업재해를 당하는 남성의 비중이 큰데 산업 현장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일종의 남성 정책이 될 수 있고, 이를 여성들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남성의 양육 책임을 강화하고 육아휴직을 확대하는 것도 두 집단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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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했지만 결과적으로 여성가족부 폐지 위기를 낳은 문재인정부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전 정부는 여성을 위한다면서 연이은 권력형 성범죄 사건 때 자기 진영을 지키는 데 열중했던 ‘내로남불’ 탓에 여성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했다.

남성들의 불만을 키운 것은 ‘불통’이었다. 이 대표는 “남성은 강자고 잠재적 가해자라는 프레임에 대해 ‘우리가 받는 고충과 차별도 알아달라’고 말했던 남성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던 게 원인”이라며 “각종 조사를 봐도 이대남들은 기성세대보다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약하고 탈가부장적인데도, 젠더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대남 지지율이 떨어지자 보수 정권의 반공 교육 탓을 하는 등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남 탓만 하는 정치권의 모습을 보고 이들의 실망감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소통하는 것을 새 정부의 중요 과제로 꼽았다. 이 대표는 “일례로 여가부가 문제가 있다면 ‘수술’은 필요하지만, 폐지만을 밀어붙이는 건 정책 대상자들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이들이 걱정하는 바를 관심 갖고 경청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목소리를 들으려면 다양성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지난 16일까지 윤석열정부의 차관급 이상,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등 주요 인사 111명 중 여성은 단 6명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요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에도 젊은 여성이 많은데 좀 더 시간을 들였다면 능력 있는 여성을 못 찾을 리 없었을 것”이라며 “기계적인 할당은 안 하더라도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언제나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