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오늘 단양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찬회(워크숍)에서 이동수 대표가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자유한국당을 비판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참석했습니다. (이동수 대표 본인도 수 백명의 자유한국당 의원, 당협위원장 앞에서 비판하려니 말하면서도 다리가 후들거렸다고..)

청년 지지율이 낮은 이유를 “전교조한테 잘못 배운 탓”이라며 청년한테 돌리고 청년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청년들이 지지할리 만무합니다.

부디 자유한국당이 청년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비판도 수용해서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 주요기사
스포츠경향
http://m.news.naver.com/read.nhn…

파이낸설뉴스
http://m.news.naver.com/read.nhn…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797238.html

서울경제
http://m.news.naver.com/read.nhn…

머니투데이
http://the300.mt.co.kr/newsView.html…

 

# 전문
안녕하십니까. 청년정치크루 대표 이동수입니다.

저는 자유한국당의 당원도 아니고, 지지자도 아닙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 제 1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여야의 적절한 갈등과 견제, 대화와 타협이 우리나라 정치를 발전시키고 우리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자유한국당이 보여준 모습은 이런 희망과는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특히 청년 문제에 관한 한 자유한국당은 촌스럽고 염치 없는 정당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에 멀쩡한 생각 가진 청년이라면 자유한국당 좋아하지 않습니다.
청년들이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 건 국정교과서로 배우지 않아서도 아니고, 북한을 추종해서도 아닙니다. 자유한국당이 좋아할만한 이유를 찾을래야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유한국당에는 청년들이 좋아할 만한 가치나 콘텐츠, 정책이 없습니다. 요즘 여당이나 국민 상대하는 것을 보면 염치도 양심도 없는 것 같습니다.
부실한 콘텐츠를 보완하려고 하기 보다는 “요즘 젊은 것들이 전교조한테 잘못 배웠다”며 청년 탓하기에 급급해 보입니다.

청년 지지율이 낮은 원인을 본인들에게서 찾으려는 노력은 안 하고 항상 청년 탓으로 돌리는 정당을 청년들이 좋아할 리 있겠습니까?

“자유한국당을 안 좋아하는 청년들이 문제다”가 아니라 “왜 청년들이 자유한국당을 안 좋아하나”를 고민하신 다음 그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유한국당이 지금부터 한 10년, 몇 십 석 의석을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신다면, 지금처럼 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인구구성에 변화가 생겼을 때, 그때도 자유한국당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청년을 버린 정당에 미래는 없습니다. 의원님들의 다음 선거 승리도 없을 겁니다. 한 집단을 완전히 포기하고 선거에서 승리한 사례를 저는 보지 못 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은 나름 의미 있는 청년정책들을 내놓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인 것 같습니다.
자유한국당이 다음 번 선거에서도 말로만 ‘청년, 청년’ 하면서 청년들 유세에 동원하는데 급급하고 행사에서 사진 찍으려고 옆에 세우려고만 한다면 요즘 말로 폭망할 것입니다. 폭상 망한다는 뜻입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분들 모아서 청년 정책과 콘텐츠를 개발하시지 않으면 청년 어느 누구도 자유한국당에 표를 주지는 않을 겁니다. 단기적으로 반짝 성과 내려고 할 게 아니라 여의도연구원이나 청년정책연구센터처럼 전문적인 기관이 지속적으로, 장기적 안목에서 추진해 나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09년 한 주요 언론사 설문조사에서 20대가 가장 지지하는 정당은 한나라당이었습니다. 지난 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20대, 30대의 새누리당 지지율은 0%였습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 고민 안 해보셨습니까?

지금 속으로 “내 주변에는 우리 당 지지하는 청년들 많다”고 생각하시는 의원님들 계실 겁니다. 그건 의원님 주변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눈높이에서, 저희 세대의 상식선에서 자유한국당은 청년이 표를 줄 만한 정당이 아닙니다.

정당은 왜 존재하는가? 대의민주주의는 무엇인가?
저는 선거철이면 정당들이 이합집산을 이룰 때마다 이런 의문을 갖습니다.

민의를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정당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의 자유한국당이 국민의 뜻,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려하기 보다는 말 잘 듣는 청년들만 곁에 두려고 하시는 않았는지, 의원님들이 듣기에 좋은 말만 들으려고 하시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자유한국당은 정치권 밖 평범한 청년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거슬리고 듣기 거북한 비판도 경청하고 반영하려는 노력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정책적으로 저희 청년정치크루도 협력할 것이 있으면 돕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연설문에는 준비 안 했지만 한 마디만 하고 마치겠습니다.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감사합니다.

 

ⓒ leedongsoo